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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당신은 최악의 선택을 할 자신이 있는가?

Mandy's 2025. 4. 12. 23:31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가 어려울 것입니다.

 

마지막에 에필로그가 정말 강렬했다. 

원치않는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를 잃게 된다. 그녀의 감정은 어땠을까 안도와 불안과 슬픔이 공존했다. 그 이후에 영화 스틸컷을 찍으며 만난 여배우는 그녀가 아이를 가졌었던 남자와 아이를 낳고 살고 있었다. 

그 남자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아니, 그녀는 췌장암에 걸려 죽어가던 전 남자친구를 찾아가서 그녀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그 말을 듣고 싶었다. - 그리고 그 남자는 다정한 남자와 너같은 좋은 엄마라면 아이를 낳는 것도 괜찮아, 라고 말해준다. 

감독은 왜 이 영화의 제목을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라고 지었을까? 그녀는, 최악이었을까?

바람을 펴서? 헤어져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해서? -- 그녀는 정말로 최악의 삶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이러한 제목을 준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하는 이 모든 사랑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그 사연 속에서 저마다의 아픔과 최악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녀의 선택이 최악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그녀에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기 때문일까?

아이를 가지고 나서, 남자는 여자가 쓴 글을 발견하고 아주 잘썼다고 하지만 여자는 이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남자에게 너가 최근에 읽은 책이 무엇이었냐며 질책한다. 그리고 너는 평생 커피만 팔면서 살 것이라고 - 나는 성에 안찬다고 한다. 남자는 상처를 받아서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여주인공이 정말 연기를 잘한다고 느꼈던 부분은 - 만화 작가였던 남자와 헤어지는 부분이다. 남자는 인터뷰를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여자는 자신에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초라함을 느낀다. 그리고 담배를 피면서 남자를 기다리다가 이내 집에 먼저 가겠다고 말한다. 

담배를 피던 장면이 바로 영화의 첫 시작이었다. 이 장면에 힘을 주었던 감독의 의도가 보인다. 

인터뷰를 하던 남자를 뒤로 하고 길거리를 거닐면서 외로움과 공허함, 슬픔, 불안함,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감 많은 감정들을 느끼며 여자는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이내 모르는 사람의 결혼식장에서 가서 새로운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 사실 그 남자는 이미 중요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여자가 남자와 헤어지고 나서 결혼식장에서 만난 남자와 아이를 낳고 잘 살았을 수도 있지만, 남자가 췌장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나서 그리고 아이를 갖고 나서야 그 남자에게 찾아갈 용기를 냈던 것도 이 여자는 그 남자를 가슴 깊이 잊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는 남자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다. 그리고 어쩌면 예전에 남자와 휴가에서 갔던 그 호숫가로 가서 남자를 생각한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렇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우리는 모두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 선택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선택에는 결과가 따르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다. 

폭삭 속았수다에서 관식에는 금명이에게 '수틀리면 빠꾸! 빠꾸해!'라고 외쳤지만, 사실 우리 인생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현실에는 나를 그렇게 지지해주는 아버지도 없고 빠꾸할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어렵다. 인생이란 어렵고 우리는 그 누구의 인생의 선택에도 돌맹이를 쉽사리 던지지 못한다. 누구든지 죄가 없는 자만이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고 명했던 성경의 일화처럼, 우리는 모두가 다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여자의 인생에 깊이 공감하고 빠져들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녀와 비슷한 고민의 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여자의 표정과 손짓과 모든 장면들에게서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 잔상들과 감정들이 깊이 내려앉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