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로 가는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비행기를 탔을 때의 설렘도 잠시, 우리의 비행기는 저가 항공기였기 때문에 옆사람과의 간격이 매우 좁았고, 그 상태로 16시간을 가야 했다. TV도 나오지 않았고, 다리를 펼 수 있는 공간도 없었고, 기내식도 두 번이 다였고, 물도 잘 주지 않았다. 멀미가 심해서 가져온 아이패드로 유튜브로 다운로드하여온 파리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쉬다가 다시 보다가 쉬다가를 반복했다. 그러고 나서 잠을 청하려고 했으나 비행기가 계속 흔들려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12시간이 지나가 엉덩이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한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갔다 왔으나 그것마저도 이젠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는 뒤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했다. 모두가 지쳐있었고 모두가 땅을 밟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파리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내적 환호성을 질렀다. 와 드디어 땅을 밟는구나!
파리에 도착하자 그간의 피로는 어디에 갔는지 정말 설레서 16시간의 비행이 피곤한 줄도 몰랐다.
파리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1시간 정도 갔을까, 에펠탑이 보였고 예쁜 파리의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드디어 파리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에 도착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장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 비행기에서는 밥을 잘 주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배가 고팠다.
파리 마트에서의 첫인상은 토마토 종류가 진짜 많다! 와인이 진짜 많다! 이 두 가지였다.
그리고 마트에서의 물가도 꽤나 비싸다는 것이 느껴졌는데 처음에는 원화로 계산을 하다가 나중에는 포기했다. 처음에 먹은 음식은 마트에서 만원 주고 사 먹은 랩 샌드위치였는데 진짜 맛이 없어서 너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요플레도 먹었는데 다행히 요플레는 정말 맛있었다. 간단히 허기만 채우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바로 루브르 투어가 있어서 시차 때문에 거의 밤을 새우고 나왔는데 도통 해가 뜨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겨울이라서 유럽은 해가 정말 늦게 뜨고 일찍 졌는데, 다들 깜깜할 때 출근해서 깜깜할 때 퇴근했다.
겨울에 유럽을 오면 안 좋은 게 날씨도 날씨지만 해가 너무 늦게 뜨고 일찍 져버려서, 4시만 돼도 슬슬 어두워지기 때문에 관광을 늦게 까지 못한다는 게 매우 아쉬웠다.
하지만 파리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여자 혼자서 어두워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핸드폰 확인해 보면 6시, 7시 이랬다. 한국에서는 위험하다고 상상도 못 할 시간이지만 거기서는 그랬다. 가장 오른쪽 사진은 파리에서 처음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이었다.
이번에 유럽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대중교통을 많이 타고 다녔는데 그때마다 느낀 건 나라마다 지하철의 특성이 있고 다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파리 지하철은 꽤 깨끗하고 편리해서 좋았다! 아무래도 이번 올림픽 때 대대적인 개편과 소매치기도 다 정부에서 잡았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소매치기도 없었고 너무 깨끗하고 쾌적했다!

처음으로 해가 뜬 파리를 처음 봤는데 해 뜨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루브르 루브르 말은 많이 들어봤지 실제로는 처음 가봤는데 정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외관도 아름답고 엄청 커다래서 혼자 우와- 했던 기억이 난다.
저 때는 저 정도 하늘이 감사한 줄 몰랐는데 이후로 파리에서 해가 뜬 날이 없었다. 그나마 저게 최선이었어서 이 날이 아직도 감사한 날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외관도 정말 멋있지만 작품을 보러 가는 길에도 다 의미가 있고, 작품의 배치에도 하나하나 의미가 있어서 신기했다.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거의 이틀밤을 새워서 갔는데도 피곤한 줄도 모르고 4시간을 투어를 돌면서 구경했다. 파리 이후에 런던에 가서 몸살이 나긴 하는데, 그때 아- 장기간 비행하고 난 다음날은 아침부터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하루 적어도 반나절은 쉬어야 하는구나! 정말 깨달음을 얻었다. 밀로의 비너스는 실제로 보면 정말 멋있고, 특히나 옷을 표현한 모습이나 옷이 젖어서 살갗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통해 승리를 표현하는 모습임을 입증했다고 하는데 투어 하면서 하나하나 설명 듣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다.

내 생애 최초의 발레 공연이었지만, 감히 최고의 발레 공연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 발레의 매력을 모르고 살았는데, 나와 같은 신체를 가진 사람이 맞을까? 내가 이상한 걸까 저 사람들이 이상한 걸까 인간의 신체에 대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공연이었다. 한 동작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번 유럽 여행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곳이 공연이었는데 그중 당연 베스트라고 할 수 있다.
파리에서는 해가 지면 모든 건물에서 저렇게 노란 조명이 나오고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이 예쁘다. 그리고 에펠탑! 에펠탑을 볼 때면 내가 정말 파리에 왔구나 다시 한번 실감이 난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카페를 갔는데 식사시간이라서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시켰다.
친구 중 한 명이 양파 수프와 사랑에 빠져버려서 양파 수프를 나는 여기서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었고,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맛이라서 신기했다. 속이 뜨끈해지는... 이 나라의 국밥 같은 존재랄까?
그리고 여기는 치즈, 밀가루가 신선하고 맛있다 보니까 확실히 음식의 향이나 퀄리티가 확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파리에서 먹은 음식들은 대부분 정말 맛있었다!

파리 생제르망 경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빠-히! 하면서 응원을 할 때 끓어오르는 벅차오름이 있었다. 그리고 경기 처음에 레이저를 쏴주는데 그게 정말 하나도 안 촌스럽고 아 이래서 경기 보러 오는구나 싶을 정도로 도파민이 터진다. 우리 팀에 골을 넣을 때면 정말 그 어떤 스트레스도 다 날아가는 기분이다. 이강인 선수도 선발로 나와서 볼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던 날!

오랑주리 미술관에 가면 한 방이 모두 모네의 수련으로 배치되어 있다. 작품의 길이가 정말 길고 모네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이 작품을 완성했는지를 느낄 수가 있었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까지 다 고민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정말 작품 속에 있는 것 같은 몰입감을 준다.

미술관에 가니까 내가 이미지로만, 혹은 어릴 적 교과서에서 봤던 작품들을 실제 눈으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현장체험학습을 온 파리의 학생들도 많았는데 그들이 정말 부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봤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교과서에서 봤던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천재를 왜 천재라고 하는지 실제로 보니까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었다. 물론 우리가 이미 익숙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유명한 작가가 그린 작품들은 그들 특유의 색채가 있어서 처음 보는 작품도 아 이거 그 사람이 그린거구나! 하고 유추할 수 있는 게 신기했다.
파리에 오기 전에 유명한 작품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갔는데 그 덕에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덕을 많이 봤고 뮤지엄 패스의 덕을 많이 봤다. 하지만 위의 그림들은 그와 별개로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그림 중 하나이다. 마음만 같으면 하루에 박물관 하나만 가서 하루 종일 5시간이고 10시간이고 있다 오고 싶다. 실제로 미술관에 가면 사람들이 그림 앞에서 그 그림을 따라 그리기도 하고 충분히 그 작품을 즐기다 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데 참 좋아 보였다.

내가 파리에 갔을 때는 크리스마스 전이라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있었다! 거기에서 뱅쇼를 먹어봤는데 한국의 뱅쇼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었다. 우선 와인향이 진하고 달지 않았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료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엄청 많이 주신다. 물론 저 한잔에 만원이긴 했지만.. 직원들도 다 너무 친절하고 파리는 참 좋았다.
베르사유를 스케줄 상 갈 수가 없어서 오페라 가르니에를 방문했는데 정말 화려함의 끝판왕이었다. 이후에 바티칸에서 또 다른 차원의 화려함을 경험하긴 했는데 이곳도 정말 화려했다. 예전에 이런 데서 살던 사람들은 땠을까, 정말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 일정을 마치고 나는 런던으로 가게 되었다.
파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말 친절했고 나에게 만나는 사람마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파리 생제르망 축구 경기에서 한 커플이 사진을 부탁해서 찍어줬는데, 그들은 아일랜드에서 축구 보러 왔다고 하면서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자기도 한국 가고 싶다고, 삼촌이 한국에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나에게 제발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말을 세 번이나 했다.
파리에서 런던 넘어가는 유로스타를 타러 가면서 택시를 타고 가는데 그때 만난 택시 기사님은 정말 잘생기셨다. 영화배우를 보는 것 같았다. 가족사진이 택시에 붙어있었는데 두 아이의 아버지인 것 같았는데 나에게 기차역에서 누가 말 걸면 절대 대답해주지 말고 소지품 잘 지키고 내가 가야 하는 방향만 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런던으로 가는 방향도 가르쳐주셨다. 내가 소매치기 잘 당할 것처럼 생겼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정말 소매치기가 많구나... 하고 또 파리 사람들 정말 친절하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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